[V-리그 시즌 프리뷰] 'FA'부터 '아시아쿼터' 변수까지...혼돈의 여자부, 왕좌를 차지할 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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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ewon Kim

최종수정 2023.10.11.20:20기사입력 2023.10.11.20:20

'2023/24 도드람 V-리그' 개막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여자부는 오는 14일 오후 4시(한국 시각) '디펜딩 챔피언' 한국도로공사와 '정규리그 우승팀' 흥국생명의 승부를 시작으로 6개월간의 긴 여정을 시작한다.

이번 시즌 여자부에는 변수가 가득하다. 먼저 자유계약선수(FA) 선수로 많은 선수가 팀을 옮겼다. 또 올 시즌부터 아시아쿼터 제도가 도입되면서 각 팀 전력도 큰 변화를 맞았다. V-리그 공인구가 FIVB 국제공인구인 미카사의 V200W로 변경된 것도 주요 이슈다. 이렇듯 수많은 변수에 둘러싸인 여자부, 다가오는 새 시즌 우승이 예상되는 팀과 그를 추격할 팀들에 대해 파헤쳐보자.

1. '두 번의 눈물은 없다' 흥국생명, 5년 만에 통합우승 도전

4년 만의 통합우승을 눈앞에 뒀던 흥국생명은 마지막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면서 챔피언 결정전 준우승에 머물렀다. 정규 시즌 중간 내홍을 겪기도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리그 우승에 성공했고, 챔피언 결정전 2승도 선점했던 터라 충격이 컸다. 올 시즌 목표는 '통합우승'이다.

흥국생명은 통합우승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던 '에이스' 김연경이 잔류를 택했다. 거기다 미들블로커 김수지가 합류하면서 중앙까지 탄탄해졌다. 지난 시즌 준수한 활약을 펼쳤던 옐레나와는 동행을 이어가기로 했다. 아시아쿼터에서는 멀티플레이어로 활용할 수 있는 토코쿠 레이나(일본·OH/OP)를 영입해 공수 보완도 마무리했다.

그러나 여전히 세터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다. 이원정, 김다솔, 박혜진, 박은서, 서채현 등 총 5명의 세터가 있지만, 타 구단에 비해 안정감이 떨어진다. 세터가 약점이지만, '옐레나-김연경' 공격 조합이 워낙 강하고, 김수지의 합류로 중앙도 강화했다. 아본단자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이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이유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었던 배유나는 한국도로공사 잔류를 택했다.지난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었던 배유나는 한국도로공사 잔류를 택했다.Koki Nagahama

2. 우승권 진입을 노리는 구단들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지난 시즌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현대건설의 우승이 당연해 보였다. 그러나 야스민의 부상이 장기화되면서 고비가 찾아왔고, 결국 정규리그 2위, 최종 순위 3위로 2022/23시즌을 마쳤다. 냉정히 말하면, 올 시즌은 현대건설의 우승 적기는 아니다. 압도적인 선수단 구성을 자랑하던 앞선 2시즌에 비해 국내 선수진이 많이 약해졌다.

공수에서 쏠쏠히 활약하던 황민경이 IBK기업은행으로 이적했다. 부상 선수도 많다. 아웃사이드 히터 고예림, 정지윤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현재 고예림의 복귀 일정은 불투명한 상황이고, 정지윤은 빠르면 11월 말이나 복귀할 수 있다. 이들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김주향과 위파이 시통(태국·OH)의 활약이 필수적이다. 

직전 시즌 득점 및 공격 부문 2위에 오른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카메룬·OP)의 합류로 야스민 공백에 대한 고민은 지웠다. 국내 선수진의 전력 약화가 뚜렷하지만, 여전히 양효진, 이다현, 김연견이 건재하다. 세터 김다인도 한층 성장했다. 시즌 초반 다가올 고비만 넘긴다면, 우승 후보 흥국생명을 견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리버스 스윕 우승' V-리그 19년 역사에서 이를 이뤄낸 팀은 한국도로공사가 유일하다. 2022/23시즌 짜릿한 우승에 성공했지만, 올 시즌은 쉽지 않은 시즌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배테랑 배유나는 잔류를 택했지만, 정대영과 박정아가 팀을 옮겼다. 지난 시즌 우승에는 이들의 역할이 컸기 때문에 그 빈자리를 최대한 메우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박정아의 보상선수로 데려온 이고은을 다시 페퍼저축은행으로 넘기면서 최가은과 2023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획득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이 지명권을 사용해 전체 1순위로 '최대어' 김세빈을 선택했다. 정관장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안예림과 김세인을 내주고 박은지와 고의정을 영입했다. 컵대회 중 최가은이 불의의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트레이드와 신인드래프트로 어느 정도 전력 보강에는 성공한 셈이다.

198cm 장신의 반야 부키리치(세르비아·OP)와 태국 국가대표인 타나차 쑥솟(태국·OP)도 기대감을 모은다. 다만 두 선수 모두 아포짓 스파이커라 포지션 교통정리는 필요하다. 새로운 팀으로 돌아온 한국도로공사가 다시 한번 드라마를 써 내려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3. 봄배구 진출에 도전하는 세 팀

정관장 레드스파크스

정관장은 지난 시즌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면서, 여자부 최초 '6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탈락'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썼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KGC인삼공사에서 정관장 레드스파크스로 구단명을 변경한 정관장은 새 마음가짐으로 7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린다.

앞선 시즌 1015득점을 올리며 정관장의 공격을 이끌었던 엘리자벳은 재계약을 거부했다. 정관장은 새 외인 선수를 찾아 나섰고, 트라이아웃과 아시아쿼터에서 각각 지오바나 밀라나(미국·OH)와 메가왓티 퍼티위(인도네시아·OP)를 영입했다. 지오바나는 리시브, 메가왓티는 공격력에서의 장점이 두드러져 이들의 합류는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예측된다.

아쉬운 점이라면 주장 이소영의 이탈이다. 이소영은 지난 시즌 종료 후, 어깨 수술을 받았다. 3라운드가 돼야 복귀가 가능하기 때문에, 그전까지는 이선우, 박혜민, 고의정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정호영, 박은진, 한송이가 포진한 중앙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결국 이소영이 없는 시즌 초반을 잘 견뎌내는 게 중요하다.

태국 국가대표 세터 폰푼 게드파르드는 아시아쿼터를 통해 IBK기업은행 유니폼을 입게 됐다.태국 국가대표 세터 폰푼 게드파르드는 아시아쿼터를 통해 IBK기업은행 유니폼을 입게 됐다.Seskim Photo/MB Media

GS칼텍스 서울KIXX

2020/21시즌 GS칼텍스는 여자부 최초로 트레블을 달성하며 정점을 찍었다. 최정상에 오른 다음 시즌인 2021/22시즌에는 3위로 하락했고, 직전 시즌에는 5위에 그치며 봄배구 진출에 실패했다. 2시즌 연속 KOVO컵 우승컵을 들어 올린 GS칼텍스는 다가오는 시즌 상위권 도약을 꿈꾼다.

새 시즌을 앞두고 GS칼텍스는 큰 악재를 만났다. 주전 세터 안혜진이 어깨 문제로 수술대에 올랐다. 재활 기간을 고려하면 올 시즌에는 코트에 나설 수 없는 상황. GS칼텍스는 아시아쿼터로 영입한 아웃사이드 히터 메디 요쿠를 포기하고, 태국의 세터 소라야 폼라를 지명했다. 하지만 소라야 폼라의 개인 사정으로 인해 최종적으로 아이리스 톨레나다(필리핀/미국·S)가 GS칼텍스에 합류하게 됐다.

공격 및 중원 자원은 전력이 소폭 상승했다. 날카롭고 강한 공격을 구사하는 지젤 실바(쿠바/아제르바이잔·OP)를 새 외인 선수로 영입했다. 한국도로공사의 우승 주역인 정대영도 GS칼텍스로 복귀했다. 결국 올 시즌 가장 큰 약점은 '세터'다. 김지원과 톨레나다 등 세터진의 활약이 GS칼텍스의 성적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IBK기업은행 알토스

지난 시즌 IBK기업은행은 창단 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으며 6위에 그쳤다. 충격적인 결과였던 만큼, 비시즌 동안 전력 수혈에 집중했다. 산타나와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트라이아웃 전체 1순위로 브리트니 아베크롬비(미국/푸에르토리코·OP)를 영입했다. 아시아쿼터에서도 운이 따랐다. 전체 1순위로 태국 국가대표 세터 폰푼 게드파르드를 품에 안으며 세터에 대한 고민을 해결했다. FA로 '살림꾼' 황민경을 영입하면서 공수도 강화했다. 

하지만 치명적인 전력 누수가 있었다. 미들블로커 김수지가 FA로 팀을 떠났다. 현재 최정민, 김현정, 김수지의 보상선수로 이적한 임혜림이 있지만, 김수지가 빠진 중앙은 무게감이 크게 떨어진다. 지난 시즌 무릎 수술로 전력에서 이탈한 김희진이 미들 블로커로 이동할 예정이지만, 김희진은 빨라도 2라운드는 돼야 코트에 나설 수 있다. 결국 IBK기업은행은 1라운드를 무탈히 넘겨야 한다.

문제는 김호철 감독이 올 시즌 주전 세터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폰푼이 태국 대표팀 일정으로 최근에야 한국에 입국했다는 것이다. 세터와 공격수 간의 합이 중요한데, 이를 조율할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는 것은 시즌 초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올 시즌 IBK기업은행의 관건은 공격을 조율할 '새 세터' 폰푼과 공격진들의 조화, 그리고 미들 블로커 김희진의 활약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시즌 한국도로공사의 우승을 이끈 박정아는 FA를 통해 페퍼저축은행으로 둥지를 옮겼다.지난 시즌 한국도로공사의 우승을 이끈 박정아는 FA를 통해 페퍼저축은행으로 둥지를 옮겼다.ANGELA WEISS

4. '신생팀' 탈피하고 PO에 도전하는 페퍼저축은행

막내 구단 페퍼저축은행이 비시즌 대대적인 개혁을 감행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미국 여자배구 국가대표 분석관과 코치로 역임한 조 트린지 감독을 새 감독으로 임명했다. 또한 공격적인 FA 영입을 통해 한국도로공사를 우승으로 이끈 아웃사이더 히터 박정아와 공수에 능한 채선아도 품에 안았다. 이유는 하나다. 페퍼저축은행은 다가오는 시즌 꼴찌 탈출과 봄배구 진출을 원한다.

외국인 선수에 대한 기대치도 높다. 현대건설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던 야스민 베다르트(미국/이스라엘·OP)를 영입했다. 부상이 불안 요소지만 몸 상태만 완벽하다면 '에이스'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아시아쿼터를 통해 페퍼저축은행의 유니폼을 입은 엠제이 필립스(필리핀/미국·MB)의 합류로 중원 보강에도 성공했다. 지난 시즌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하혜진과 박은서도 돌아와 미들 블로커 라인이 더욱 탄탄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리스크도 적지 않다. 지난 시즌 블로킹 부문 10위(세트당 0.54)에 올랐던 최가은이 이고은을 재영입하는 과정에서 한국도로공사로 떠났다. 입단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던 염어르헝의 부상 복귀 시점도 확실치 않다. 또한 공격력 강화를 위해 영입한 박정아의 리시브 불안도 위험 요소다. 한국도로공사와 달리 페퍼저축은행의 리시브 라인이 탄탄하지 않아, 기대만큼의 '박정아 효과'는 나오기 힘들 가능성도 있다.

이번 시즌의 최강자는 단연 흥국생명이다. 5년 만에 통합 우승에 도전하는 만큼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도입된 아시아쿼터가 각 팀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여자부에서 아시아쿼터 선수들을 더욱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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